"씨앗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모양이 참으로 각양각색이다. 코담뱃가루 같은 것, 서캐처럼 하얀 것, 검붉은 벼룩 몸통처럼 반드르르한 것. 봉랍처럼 납작한 것, 공처럼 불룩한 것, 바늘처럼 가늘고 뾰족한 것. 깃털이 달린 것, 가시가 돋힌 것, 솜털 같은 것, 북슬북슬한 것. 바퀴벌레만큼 큼직한 것, 먼지 한 톨만큼 조그만 것. 제각각 얼마나 개성이 넘치는지, 생명이란 과연 복잡하다.
이 커다란 깃털 괴물한테서 작고 복슬복슬한 엉겅퀴가 자라나는가 하면, 저 서캐같이 누르스름한 놈한테서 튼실한 떡잎이 태어난다. 정원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리오? 그저 신비로운 순간을 지켜보며 감탄할 뿐. <정원사의 열 두달>(카렐 차페크, 펜연필독약) pp45-46
정원에 있다 보면, 작가 카렐 차페크의 말에 많은 공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모종으로 사왔을 땐 몰랐는데, 작디 작은 씨가 보드라운 흙, 따듯한 햇볕, 부지런한 곤충, 관심 있게 살피는 정원사의 도움으로 무럭 무럭 자라나는 광경을 보면 "이게 자연의 힘인가"라고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컷플라워 가드닝 캠페인'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서도 유사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씨가 싹이 되고, 싹이 무럭 무럭 자라나는 그 지난한 과정을 본인들의 호흡대로 차분히 지나오신 참가자 분들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